지원회화 - 엘리우드×헥토르


C

헥토르 : 여어, 엘리우드!
좀 어때?

엘리우드 : ? 나야 괜찮지.

헥토르 : 그러냐.

엘리우드 : 잠깐, 헥토르!
뭔가 볼일이 있는 게 아니었어?

헥토르 : 아니, 일단 살아서
멀쩡히 싸우고 있다면 됐어.
안 보이는 곳에서 무리를
하고 있진 않은지 궁금했을 뿐이야.

엘리우드 : 그건 피차일반이잖아?

헥토르 : 난 괜찮다고,
몸이 튼튼하거든.
조금 무리를 했다고
뭔 일이 나진 않아.
하지만 너는 선천적으로
그다지 건강한 편도 아니고,
여행에 익숙하지도 않잖아,
계속 무리하다간 조만간 쓰러질걸.

엘리우드 : 헥토르하고 비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
허약한 체질로 분류되지 않을까?
...어쨌든, 전투에선
체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아.
너와 12살 때부터 계속하고 있는
2개월에 한 번 하는 대련에서도
30전 14승 12패 4무로
내가 이기고 있잖아.

헥토르 : 뭐라고? 야 잠깐!
분명 지난번의 승부로
31전 13승 13패 5무가 됐을 텐데?

엘리우드 : 아니, 내 말이 맞아.

헥토르 : 뭔데. 그 자신감은
어디서 오는 거야?

엘리우드 : ...학문소에서 산술 시간에 꼭
코를 크게 골면서 자던 사람이 누구였더라?

헥토르 : 윽.

엘리우드 : ...걱정해 준
마음은 고맙게 생각해.
자, 싸우러 돌아가자!

헥토르 : 야! 기다려!!
...칫.


B

엘리우드 : 무슨 일이야, 헥토르?
하품이나 하고.
전장에서 조심성이 없는걸.

헥토르 : ...아니, 왠지
꿈자리가 사나웠거든.

엘리우드 : 꿈? 어떤 꿈이었는데?

헥토르 : ...웃지 마라?

엘리우드 : ? 알겠어.

헥토르 : ...작은 여자애를 어깨에 태운,
엄청난 수염에 덩치가 큰 남자가 나왔어.
여자애가 그 녀석을 「아버님」이라고
싱글벙글하면서 부르고,
그 「아버님」이라는 녀석도
「사랑하는 우리 딸」이라고 대답해.
...그런 느낌의 짧은 꿈인데,
뭔가 먼 기억 속에 있었던 것 같기도
없었던 것 같기도...
남자 쪽은 아버지와 닮은 느낌도 들었는데,
그럼 여자애가 누구인지 모르겠단 말이지.
아무튼 굉장히 귀여운 여자애였어.

엘리우드 : 여자애의 머리 색은?

헥토르 : 파란색.

엘리우드 : 남자의 머리와 수염 색은?

헥토르 : 확실히 파란색이었지.

엘리우드 : 그럼, 분명
네 미래의 모습일 거야.
굉장한 수염이라...
하하하하

헥토르 : 웃지 말라고 했지!
...그나저나, 그게 내가 맞다면
마음에 들지 않는걸.

엘리우드 : 왜?

헥토르 : 내 딸로 보이는 여자애는
뒤에서 튀어나온 남자 꼬맹이가
데려가 버렸어.
...잠깐, 그 꼬맹이의 머리 색은
빨간색이었던 것 같은데...

엘리우드 : 억지 그만 부려.
빨간 머리라면 나 말고도...

헥토르 : 아니! 그건 분명
페레 가문의 얼굴이었어!
아무리 친구라고 해도,
딸내미는 절대 못 보낸다!!

엘리우드 : 헥토르!
...그 꿈대로 되어버렸다간
큰일이 나겠는걸.


A

엘리우드 : 헥토르, 기억하고 있어?

헥토르 : 뭘?

엘리우드 : 지금으로부터
딱 10년 전이야.
오스티아에서 대대로 리키아 제후가 하던
맹약의 의식이 있었잖아?
「리키아의 영지가 침략을 받았을 때는,
모두가 하나 되어 싸운다」...
부모들이 그 의식을 하고 있는 동안,
우리 아이들은
한 방에 모여 있었지.

헥토르 : 그래, 기억하고 있어.
「귀족 자제다운 몸가짐」을 빌미로
의자에 앉히고는,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고
옆의 녀석과 담소를 나누면서 기다리라며
가둬 버리셨잖아.
불행하게도 내 오른쪽 옆이
그 라우스의 에릭이라
처음에는 괜히
아첨을 듣고 그랬었는데.

엘리우드 : 맞아 맞아. 그때는
다들 초면이었으니까
에릭도 네 성격을 모르고
오스티아 후작 공자한테 빌붙으려고
필사적으로 말을 걸었었지.

헥토르 : 흥, 그 녀석은 그때부터
입만 뻥 뚫린 자식이었어.
「리키아의 미래를 위해서
우리끼리 힘을 합쳐 나가자」라고
말해 놓고선, 곧바로 도망이나 가고.

엘리우드 : 그걸 뭐라 하는 건 너무 불쌍하다.
갑자기 네가 「좋아, 그럼 우리끼리
맹세의 의식을 하자!!」라고 외치더니
벌떡 일어서서 칼로
자기 손바닥을 베어 버렸잖아.
모두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구.

헥토르 : 서로가 스스로 상처 입힌 손바닥의 피를
내밀어서 맞추는 것...
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용맹한 전사의
관습이라고 들었으니 말이지.
남자라면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?
뭐, 맹세를 나눌 배짱이 있는 녀석은
한 명밖에 없었지만.

엘리우드 : ...그때 너의 손을 잡은 걸
나는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해.

엘리우드 : 우리 두 명은
평생 뜻을 함께하는 친구.
한쪽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
목숨을 걸고 상대를 지킨다...
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
달려와 준 거지?

헥토르 : 앞으로도
그 맹세를 깰 생각은 없어.

엘리우드 : 나도.

헥토르 : 그럼, 힘내서 오래 살아보자고.
서로 골골대는 아저씨가 되어도
달려갈 수 있게 말야.

엘리우드 : 그래, 물론이지.
...죽지 마라, 헥토르.

헥토르 : 당연하지!
너야말로 나보다 먼저 죽으면
절대로 용서 안 할 거다!!